'임대차보호법' 헷갈리는 법원 판결

입력 2021-05-19 17:20   수정 2021-05-19 23:55

1회에 한 해 전세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보장한 새 주택임대차법이 시행에 들어간 지 9개월이 지났지만 시장의 혼란은 여전하다. 청구권 행사를 두고 새로 주택을 구입한 집주인과 기존 세입자의 법정 다툼이 잇따르고 있는데 법원마저 사건별로 다른 판단을 내놓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0단독 문경훈 판사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집주인 A씨 부부가 임차인 B씨 등을 상대로 낸 건물 인도 소송에서 “집주인은 보증금 5000만원을 돌려주고, B씨는 아파트를 넘겨주라”고 지난달 A씨 승소로 판결했다.

A씨 부부는 지난해 7월 5일 서울 일원동 아파트를 13억5000만원에 구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A씨 부부는 그해 10월 30일 잔금을 치르고 아파트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그해 7월 31일부터 새 주택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세입자 B씨는 이를 근거로 새 집주인 A씨 부부가 소유권 이전 등기를 완료하기 전인 지난해 10월 초 당시 집주인에게 2년 계약 연장을 요구했다.

당시 집주인이 B씨 가족의 요구를 거절하자 B씨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했고, 새로 집주인이 된 A씨 부부는 B씨 측에 “실거주 목적으로 샀으니 계약 만료일에 맞춰 나가달라”고 요청했다. B씨 측이 이를 거부하자 A씨 부부가 법원에 건물 인도 소송을 낸 것이다. 이번 1심 재판부는 “A씨 측은 개정된 주택임대차법 시행 전 실거주 목적으로 아파트 매매계약을 맺었다”며 “계약 체결 당시 도입을 알 수 없던 계약갱신청구권이 실행되기 전에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형평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난 3월 경기도 아파트를 두고 새로운 집주인 C씨가 기존 세입자 D씨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 인도 청구 소송에선 집주인이 패소하는 판결이 나왔다. “세입자가 기존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을 경우, 새 집주인이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샀더라도 세입자에게 집을 비워달라고 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이 사건을 맡은 수원지법 민사2단독 유현정 판사는 “D씨는 C씨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기 전에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고, 당시 임대인인 전 집주인에게는 정당한 거절 사유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계약은 갱신됐다고 할 수 있으며 이후에 해당 주택을 양수한 원고는 실거주를 이유로 이를 거절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같은 법을 두고 현장에서 혼란이 일자 정부는 ‘매매 체결 시 집주인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 1월부터는 매매 계약서에 세입자의 의사를 표시하도록 하는 시행규칙도 도입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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